그림 / 영 희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 권혁웅
지금 애인의 울음은 변비 비슷해서 두 시간째
끊겼다 이어졌다 한다
몸 안을 지나는 긴 울음통이 토막 나 있다
신의주 찹쌀순대 2층, 순댓국을 앞에 두고
애인의 눈물은 간을 맞추고 있다
그는 눌린 머리고기처럼 얼굴을 눌러
눈물을 짜낸다
새우젓이 짜부라든 그의 눈을 흉내 낸다
나는 당면처럼 미끄럽게 지나간
시간의 다발을 생각하고
마음이 선지처럼 붉어진다 다 잘게 썰린
옛날 일이다
연애의 길고 구부정한 구절양장을 지나는 동안
우리는 빨래판에 치댄 표정이 되었지
융털 촘촘한 세월이었다고 하기엔 뭔가가 빠져 있다
지금 마늘과 깍두기만 먹고 견딘다 해도
동굴 같은 내장 같은
애인의 목구멍을 다시 채워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버릇처럼 애인의 얼굴을 만지려다 만다
휴지를 든 손이 변비 앞에서 멈칫하고 만다
*권혁웅 시집 /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창비 시선>
<권혁웅 시인 약력>
*1967년 충청북도 충주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졸업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등단
*2006년 제38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2000년 제6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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