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내 사랑의 날들아 / 용 혜 원

푸른 언덕 2021. 11. 14. 19:30

그림 / 김 정 수




내 사랑의 날들아 / 용 혜 원


내 사랑의 날들아
내 가슴에 남아
떠나가지 마라

잊혀지지도 벗겨지지도
씻겨 내려가지도 마라
너를 내 가슴에 새겨두고
녹슬지 않도록 닦고 닦아
찬란한 빛을 내고 싶다

우리 사랑의 깊이만큼
내 몸 깊숙한 속살까지
내 몸 골격까지
아파도 좋다

간이 저리도록 그리운 것이 있어야
사랑하는 맛이 난다
발이 부르트도록 기다림이 있어야
살아가는 맛이 난다
되새겨보아도 좋을 것이 있어야
여운이 있다

나는 그대 사랑으로 살아가고 싶다
내 사랑을 남기고 싶다
내 피를 물감처럼 풀어
내 사랑을 그리고 싶다

우리가 저지른 사랑은
때로는 슬퍼도 좋다

내 사랑의 날들아
내 가슴에 남아
떠나가지 마라



용혜원 시집 / 지금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