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그릇 1 / 오 세 영

푸른 언덕 2021. 11. 13. 18:55

그림 / 황 미 숙

 

그릇 1 / 오 세 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시집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애송시 100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