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그릇 6 / 오 세 영

푸른 언덕 2021. 8. 24. 18:29

그림 / 김 정 화 2

 

그릇 6 / 오 세 영

그릇에 담길 때

물은 비로소 물이 된다

존재가 된다

 

잘잘 끓는 한 주발의 물

고독과 분별의 울안에서

정밀히 다져가는 질서

 

그것은 이름이다

하나의 아픔이 되기 위하여

인간은 스스로를 속박하고

지어미는 지아비에게

빈 잔에 차를 따른다.

 

엎지르지 마라,

업질러진 물은

불이다

이름없는 욕망이다.

 

욕망을 다스리는 영혼의

형식이여, 그릇이여

모순의 흙 / <고려원 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