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윤 성 택

푸른 언덕 2021. 8. 23. 18:35

그림 / 김 행 일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윤 성 택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

들고 있던 화분이 떨어지고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었던 뿌리가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내 안 실뿌리처럼

추억이 돋아났습니다

다시 흙을 모아 채워 넣고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 주었습니다

그때마다 꽃잎은

말없이 흔들렸습니다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위태하게 볕 좋은 옥상으로

너를 옮기지 않겠노라고

원래 자리가 그대 자리였노라

물을 뿌리며 꽃잎을 닦아내었습니다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윤성택 시인>

*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 2001년 문학사상' <수배전단> 신인상 수상

* 시집으로 <리트머스> (문학동네,2006)

* 현재 문화예술마을 헤이리 사무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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