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고요한 귀향 / 조 병 화

푸른 언덕 2021. 8. 21. 18:46

그림 / 김 희 정

 

고요한 귀향 / 조 병 화

이곳까지 오는 길 험했으나

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하여라

비가 내리다 개이고

개다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다 폭설이 되고

폭설이 되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홍수가 되다 가뭄이 되고

가을 겨울이 되면서

만남과 이별이 세월이 되고

마른 눈물이 이곳이 되면서

지나온 주막들 아련히

고향은 마냥 고요하여라

아, 어머님 안녕하셨습니까.

 

 

 

조병화시집 / 고요한 귀향 <시와 시학사>

 

그림 / 김 희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