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가을 편지 / 나호열

푸른 언덕 2021. 8. 20. 17:55

그림 / 노 숙 경

 

가을 편지 / 나호열

 

 

당신의 뜨락에 이름모를 풀꽃 찾아왔는지요

눈길 이슥한 먼 발치에서

촛불 떨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

 

 

어느 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

이미 가을은 깊어

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는지요

 

 

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

당신을 맴도는 소리죽인 발자국과

까만 눈동자 같은 씨앗들이

눈물로 가만가만 환해지겠는지요

 

 

뭐라고 하던가요

작은 씨앗들은

그냥 당신의 가슴에 묻어 두세요

상처는 웃는다 라고

기억해 주세요

 

 

당신의 뜨락에 또 얼마마한 적막이 가득한지요

 

나호열 시인

*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 198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 1991년 《시와시학》 중견시인상 수상

* 2004년 녹색 시인상 수상

* 시집 『담쟁이 넝쿨은 무엇을 향하는가』 『집에 관한 명상 또는 길찾기』

『망각은 하얗다』 『아무도 부르지않는 노래』 『칼과 집』 『낙타에 관한 질문』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눈물이 시킨 일』 『촉도』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베이비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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