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 행 일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윤 성 택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
들고 있던 화분이 떨어지고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었던 뿌리가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내 안 실뿌리처럼
추억이 돋아났습니다
다시 흙을 모아 채워 넣고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 주었습니다
그때마다 꽃잎은
말없이 흔들렸습니다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위태하게 볕 좋은 옥상으로
너를 옮기지 않겠노라고
원래 자리가 그대 자리였노라
물을 뿌리며 꽃잎을 닦아내었습니다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윤성택 시인>
*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 2001년 문학사상' <수배전단> 신인상 수상
* 시집으로 <리트머스> (문학동네,2006)
* 현재 문화예술마을 헤이리 사무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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