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벚나무 3

몇 번째 봄 / 이 병 률

그림 / 이정섭 ​ ​ ​ ​ 몇 번째 봄 / 이 병 률 ​ ​ 나무 아래 칼을 묻어서 동백나무는 저리도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구나 ​ 겨울 내내 눈을 삼켜서 벚나무는 저리도 종이눈을 뿌리는구나 ​ 봄에는 전기가 흘러서 고개만 들어도 화들화들 정신이 없구나 ​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 ​ ​ ​ ​ 이병률 시집 / 바다는 잘 있습니다 ​ ​ ​ ​ ​

연못을 웃긴 일 / 손택수

그림 / 아고르 베르디쉐프 (러시아) ​ ​ 연못을 웃긴 일 / 손택수 ​ ​ 못물에 꽃을 뿌려 보조개를 파다 ​ 연못이 웃고 내가 웃다 ​ 연못가 바위들도 실실 물주름에 웃다 ​ 많은 일이 있었으나 기억에는 없고 ​ 못가의 벚나무 옆에 앉아 있었던 일 ​ 꽃가지 흔들어 연못 겨드랑이에 간질밥을 먹인 일 ​ 물고기들이 입을 벌리고 올라온 일 ​ 다사다난했던 일과 중엔 그중 이것만이 기억에 남는다 ​ ​ ​ * 손택수 시집 /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