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연못을 웃긴 일 / 손택수

푸른 언덕 2021. 9. 16. 16:05

그림 / 아고르 베르디쉐프 (러시아)

 

연못을 웃긴 일 / 손택수

못물에 꽃을 뿌려

보조개를 파다

연못이 웃고

내가 웃다

연못가 바위들도 실실

물주름에 웃다

많은 일이 있었으나

기억에는 없고

못가의 벚나무 옆에

앉아 있었던 일

꽃가지 흔들어 연못

겨드랑이에 간질밥을 먹인 일

물고기들이 입을 벌리고

올라온 일

다사다난했던 일과 중엔 그중

이것만이 기억에 남는다

* 손택수 시집 /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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