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제 눈을 꺼 보십시오 / 릴케

푸른 언덕 2021. 9. 15. 19:58

그림 / 이르고 베르디쉐프 (러시아)

제 눈을 꺼 보십시오 / 릴케

 

 

제 눈을 꺼 보십시오.

그래도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제 귀를 막아 보십시오.

그래도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다리가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으며

입이 없어도 당신에게 청원할 수 있습니다.

저의 팔을 꺾어보십시오.

손으로 하듯

저는 저의 심장으로 당신을 붙잡습니다.

저의 심장을 멎게 해보십시오.

저의 뇌가 맥박칠 것입니다.

당신이 저의 뇌에 불을 지피면

저는 저의 피에 당신을 싣고 갈 것입니다.

 

*1901 <時禱書> 순례자 / <송영택 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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