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송태관 그림자 / 천양희 마음에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마른가지 몇개 분질렀습니다 그래도 꺾이지 않는 건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오솔길에 듭니다 바람 부니 풀들이 파랗게 파랑을 일으킵니다 한해살이 풀을 만날 때쯤이면 한 시절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나는 그만 풀이 죽어 마음이 슬플 때는 지는 해가 좋다고 말하려다 그만두기로 합니다 오솔길은 천리로 올라오는 미움이란 말을 지웁니다 산책이 끝나기 전 그늘이 서늘한 목백일홍 앞에 머뭅니다 꽃그늘 아래서 적막하게 웃던 얼굴이 떠오릅니다 기억은 자주 그림자를 남깁니다 남긴다고 다 그림자이겠습니까 '하늘 보며 나는 망연히 서 있었다' 어제 써놓은 글 한줄이 한 시절의 그림자인 것만 같습니다 *목백일홍 (배롱나무) 배롱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