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현숙 누군가 곁에서 자꾸 질문을 던진다 / 김소연 살구나무 아래 농익은 살구가 떨어져 뒹굴듯이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너무 많은 질문들이 도착해 있다 다른 꽃이 피었던 자리에서 피는 꽃 다른 사람이 죽었던 자리에서 사는 한가족 몇 사람을 더 견디려고 몇 사람이 되어 살아간다 우리 같은 사람을 나누어 가진 적이 있다 같은 슬픔을 자주 그리워한다 내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마다 나를 당신이라고 믿었던 적도 있었다 지난 여인들이 자꾸 나타나 자기 이야기를 겹쳐 쓰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같은 사람이 되어 간다 당신은 알라의 얼굴에서 예수의 표정이 묻어나는 걸 보았다고 했다 내 걸음걸이에서 이제는 당신이 묻어 나오는 걸 아느냐고 당신에게 물어보았다 우리는 두 개의 바다가 만나는 해안에 도착했다 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