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amondshot, 출처 Unsplash 죽순 / 이병일 수상하다, 습한 바람이 부는 저 대밭의 항문 대롱이 길고 굵은 놈일수록 순을 크게 뽑아 올린다 깊숙이 박혀있던 뿌리들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푸른 힘을 밀어내고 있다 댓잎이 쌓여있는 아랫도리마다 축축이 젖어 뾰죽 튀어나온 수만의 촉이 가볍게 머리 내밀고 뿌리는 스위치를 올릴 것이다 난, 어디로부터 나온 몸일까? 대나무 숲, 황소자리에서 쌍둥이자리로 넘어가는 초여름이다 땅속에서는 어둠 을 틈타 안테나를 내밀 것이다 난 초록의 빛을 품고 달빛 고운 하늘에 뛰어오를 것이다 대나무 줄기가 서로 부딪쳐 원시의 소리를 내는 아침, 날이 더워질수록 물빛 속살을 적시며 얕은 잠을 자고 있었던가 초승달이 보름달을 향해 갈수록, 난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