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 나호열 혼자 서지 못함을 알았을 때 그것은 치욕이었다 망원경으로 멀리 희망의 절벽을 내려가기엔 나의 몸은 너무 가늘고 지쳐 있었다 건너가야 할 하루는 건널 수 없는 강보다 더 넓었고 살아야 한다 손에 잡히는 것 아무것이나 잡았다 그래, 지금 이 높다란 붉은 담장 기어 오르는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니야 흡혈귀처럼 붙어 있는 이것이 나의 사랑은 아니야 살아온 나날들이 식은땀 잎사귀로 매달려 있지만 저 담장을 넘어가야 한다 당당하게 내 힘으로 서게 될 때까지 사막까지라도 가야만 한다 -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면서도 더 멀리 달아나는 생명의 원심력 - 나호열 시집 / 바람과 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