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신명숙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 이원 7cm의 하이힐 위에 발을 얹고 얼음 조각에서 녹고 있는 북극곰과 함께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불이 붙여질 생일 초처럼 고독하다 케이크 옆에 붙어온 프라스틱 칼처럼 한 나무에 생겨난 잎들만 아는 시차처럼 고독하다 식탁 유리와 컵이 부딪치는 소리 죽음이 흔들어 깨울 때 매일매일 척추를 세우며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텅 빈 영화상영관처럼 파도 쪽으로 놓인 해변의 의자처럼 아무데나 펼쳐지는 책처럼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오늘의 햇빛과 함께 문의 반목처럼 신발의 번복처럼 번지는 물처럼 우리는 고독하다 손바닥만 한 개의 목줄을 매고 모든 길에 이름을 붙이고 숫자가 매겨진 상자 안에서 천 개가 넘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