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민경수 아내 / 이경렬 곤하게 잠든 밤에도 꿈속에서조차 못 이기는 아픔 신음 소리에 몸을 뒤척인다 움직이는 종합병원이 된 지 오래된 몸 대장을 잘라낸 남편의 세끼 맞추기에 쉴 틈이 없다 "여보 설거지는 내가 하지" 집사람 물리고 그릇을 닦는데 누가 뒤에서 한마디 하는 것 같았다 "이놈아 진작 좀 그렇게 하지" 암 수술 받은 어느 남자가 그랬단다 천사와 함께 살면서도 이제껏 몰랐다고 그 사람도 나같이 멍청했나 보다 방에서 집사람 신음 소리가 또 들린다 저 소리가 이제야 아프게 들이다니 누군가 또 한 마디 한다 "이 사람아 지금도 늦지 않았네" 시집 / 인사동 시인들(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