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민경수
아내 / 이경렬
곤하게 잠든 밤에도
꿈속에서조차 못 이기는 아픔
신음 소리에 몸을 뒤척인다
움직이는 종합병원이 된 지 오래된 몸
대장을 잘라낸 남편의 세끼
맞추기에 쉴 틈이 없다
"여보 설거지는 내가 하지"
집사람 물리고 그릇을 닦는데
누가 뒤에서 한마디 하는 것 같았다
"이놈아 진작 좀 그렇게 하지"
암 수술 받은 어느 남자가 그랬단다
천사와 함께 살면서도 이제껏 몰랐다고
그 사람도 나같이 멍청했나 보다
방에서 집사람 신음 소리가 또 들린다
저 소리가 이제야 아프게 들이다니
누군가 또 한 마디 한다
"이 사람아 지금도 늦지 않았네"
시집 / 인사동 시인들(2023)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순 / 이병일 (3) | 2023.08.22 |
---|---|
누군가 곁에서 자꾸 질문을 던진다 / 김소연 (4) | 2023.08.21 |
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 오정국 (2) | 2023.08.19 |
현대시 / 김산 (3) | 2023.08.18 |
감나무 / 이재무 (5) | 2023.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