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아내 / 이경렬

푸른 언덕 2023. 8. 20. 15:58

그림 / 민경수

아내 / 이경렬

곤하게 잠든 밤에도

꿈속에서조차 못 이기는 아픔

신음 소리에 몸을 뒤척인다

움직이는 종합병원이 된 지 오래된 몸

대장을 잘라낸 남편의 세끼

맞추기에 쉴 틈이 없다

"여보 설거지는 내가 하지"

집사람 물리고 그릇을 닦는데

누가 뒤에서 한마디 하는 것 같았다

"이놈아 진작 좀 그렇게 하지"

암 수술 받은 어느 남자가 그랬단다

천사와 함께 살면서도 이제껏 몰랐다고

그 사람도 나같이 멍청했나 보다

방에서 집사람 신음 소리가 또 들린다

저 소리가 이제야 아프게 들이다니

누군가 또 한 마디 한다

"이 사람아 지금도 늦지 않았네"

시집 / 인사동 시인들(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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