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현대시 / 김산​​

푸른 언덕 2023. 8. 18. 10:42

그림 / 후후

현대시 / 김산

무언가 저쪽에서 오고 있었다

공기는 잠시 가던 길을 멈췄고

인파 속에서 고갤 갸웃거렸다

그는 불행히 발견되지 않았다

고로, 어떤 발생도 하지 않았다

모든 빛은 그늘이 남긴 배경이므로,

명백한 저녁을 그린 화가는 없다

실패한 비닐 창문의 구도 사이로

바람의 궁극을 윤문하는 한 마리 새

날개는 결국 장식적이고 현학적이다

그는 쓸데없는 안부를 생략한다

공장 굴뚝은 비약하는 고체의 빗줄기

안개의 기록은 이제 그만하기로 한다

울지도 웃지도 않는 이 세계에서

어떤 그림은 도저한 패국을 완성한다

우체국 직원은 더 이상 슬프지 않다

퇴근 무렵의 종이박스는 딱딱한 표정이다

몰락을 그리는 화가는 흔해빠졌다

웹진 <문장> 2015년 9월호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 / 이경렬  (3) 2023.08.20
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 오정국  (2) 2023.08.19
감나무 / 이재무  (5) 2023.08.16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  (4) 2023.08.15
마음 / 김광섭  (4) 202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