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

푸른 언덕 2023. 8. 15. 11:21

그림 / 홍종구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





세월은 또 한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 놈 애린 손끝이 천 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 비는 재주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이
초란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인가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 본다
밖에는 바람 소리 사정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시집 /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 <사계절>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시 / 김산​​  (3) 2023.08.18
감나무 / 이재무  (5) 2023.08.16
마음 / 김광섭  (4) 2023.08.14
환절기 / 조은영  (5) 2023.08.13
우리들의 푸른 지구 • 2 / 나태주  (7) 2023.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