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 민 지 럭키슈퍼 / 고선경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농담은 껍질째 먹는 과일입니다 전봇대 아래 버려진 홍시를 까마귀가 쪼아 먹네요 나는 럭키슈퍼 평상에 앉아 풍선껌 씹으면서 나뭇가지에 맺힌 열매를 세어 보는데요 원래 낙과가 맛있습니다 사과 한 알에도 세계가 있겠지요 풍선껌을 세계만큼 크게 불어 봅니다 그러다 터지면 서둘러 입속에 훔쳐 넣습니다 세계의 단물이 거의 다 빠졌어요 슈퍼 사장님 딸은 중학교 동창이고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닙니다 대기업 맛은 저도 좀 아는데요 우리 집도 그 회사가 만든 감미료를 씁니다 대기업은 농담 맛을 좀 압니까? 농담은 슈퍼에서도 팔지 않습니다 여름이 다시 오면 자두를 먹고 자두 씨를 심을 거예요 나는 껍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