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해바라기 / 이 효

푸른 언덕 2021. 5. 25. 19:12

그림 : 차 정 미

 

해바라기 / 이 효

 

차마 당신을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한곳을 향해서 달려가던 마음이

슬픈 자화상 속으로 걸어갑니다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어린 자식을 키워내고

늘 해바라기처럼 반듯하게 살았는데

아닙니다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입안에 자갈을 물고 살았는데

왜 이제서야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당연히 여겨지지 않는지

고개를 들고 있는

저 노란 해바라기에게 묻고 싶습니다

태양 속으로 걸어들어가면 타버리는지?

재로 남을지언정 가보고 싶습니다

늦은 오후

해바라기가 돌아서는 까닭은

한 장의 종이 위에 펄떡이는 마지막 숨을

시 한 방울로 해바라기를 그리고 싶습니다.

 

그림 / 차 정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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