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떨어질까 봐 / 이 효

푸른 언덕 2021. 5. 7. 08:14

그림 : 김 정 수


떨어질까 봐 / 이 효


구름다리 건너온 봄
사발에 웃음소리 소복이 담더니
술주정꾼 할아비처럼 사발을 업는구나
산수유 쏟아진다


할아비 홀리는 금잔디 다방 누나처럼
입술에 빨간 꽃분도 바르지 않고
까르륵 웃는 웃음이 더 예쁜 꽃

가을에는 빨간 열매가
붉은 단풍잎에 가려 슬프기도 하련만
새들과 함께 노는 모습
세상 욕심이 없는 할아비 닮은 산수유

세상을 노랗게 물들인 웃음들
투박한 사발에 주워 담는다
꽃상여는 구름다리 건넌다


할아비가 노란 우산 접은 날
먼 산에 바위도 울음을 참는다
조금 남은 산수유마저 떨어질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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