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모과 향기 / 이 효

푸른 언덕 2021. 4. 27. 18:57

그림 : 김 정 수


모과 향기 / 이 효

누군가 내 말을 오해할 때
누군가 내 말을 듣지 않을 때
접시 위에 올려놓은 울퉁한 모과처럼
내 가슴 안에 노란 멍이 차오른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누군가 내 안에 말들을 꺼내주지 않을 때
접시 위에 올려놓은 점박이 모과처럼
몸에 검은 병이 차오른다

햇살이 따사롭다
아프지만 모과의 흠집을 도려낸다
내 안에 골은 상처를 터트린다
뽀얗게 드러난 모과 살을 볕 좋은 곳에 말린다
나도 푸른 잔디에 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모과에서 향기가 나듯이
슬픔을 말린 내게서 풍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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