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구름다리 만들거라 / 이 효

푸른 언덕 2021. 4. 29. 19:44

그림 : 김 정 수



구름다리 만들거라 / 이 효


이른 아침 새들 날더니
불암산이 꽃치마 둘렀다
천년의 세월을 앞산과 눈맞춤 하더니
기다림에 지쳐 눈에도 꽃이 피었다

세상 사람들
일 년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랑을
불암산은 밤마다 별을 보고
달을 보고 천년 세월 기다린다

이른 새벽
너 닮은 붉은 별을
산등성에 한가득 쏟아 놓았다
바위에 새겨진 연서가 너무 붉다


흘러가는 구름아! 새 신부 나가신다.
어서, 구름다리 만들거라
새신랑 열두 폭 그림 메고 오신다
살갗 흔들리는 꽃잎에 나비 앉는다

사랑은 그렇게 윤기나는 그리움을 견뎌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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