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 정 수
늦은 오후에 / 이 효
수국의 환한 미소를 꺾어
유리잔에 꽂아 놓았다
내 사랑을 저울에 올려보니
눈금이 울고 있다
마음에 이름을 담아
너를 안아보았지만
은빛 물결처럼 얇은 내 마음
투명 유리잔에 비친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빛
붉은 수국은 몸을 기댄다
미소를 꺾어버린 나는
종일 네 그림자 곁을 맴돈다
환한 미소는 초록 날개를
달아줄 때
더욱 곱게 피어오른다는 것을
너무 늦은 오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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