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거미줄에 은구슬 / 이 효

푸른 언덕 2021. 5. 7. 16:16

 

거미줄에 은구슬 / 이 효

 

비 갠 아침

거미줄에 매달린 은구슬

누런 고무줄보다 질긴 바람에도

펄럭이고 나부꼈을

거미줄 같은 엄마의 하루

한평생 끊어질 듯 말 듯한

거미줄 닮은 엄마 목에

투명한 은구슬 따다가

살짝 걸어 드렸더니

거미줄에 엄마 눈물 매달린다

열 손가락 활짝 펴서

엄마 나이 세어 보다가

은구슬 세어 보다가

떨어지는 은구슬 안타까워

살며시 손가락 집어넣는다

산 입에 거미줄 치겠니 하던 엄마의 목소리 멀어질 때

아침 햇살에 엄마 나이 뚝 하고 떨어진다.

 

신문예 107호, 2021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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