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차 정 미
해바라기 / 이 효
차마 당신을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한곳을 향해서 달려가던 마음이
슬픈 자화상 속으로 걸어갑니다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어린 자식을 키워내고
늘 해바라기처럼 반듯하게 살았는데
아닙니다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입안에 자갈을 물고 살았는데
왜 이제서야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당연히 여겨지지 않는지
고개를 들고 있는
저 노란 해바라기에게 묻고 싶습니다
태양 속으로 걸어들어가면 타버리는지?
재로 남을지언정 가보고 싶습니다
늦은 오후
해바라기가 돌아서는 까닭은
한 장의 종이 위에 펄떡이는 마지막 숨을
시 한 방울로 해바라기를 그리고 싶습니다.
그림 / 차 정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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