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귀한 손님을 대접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식당을 어디로 잡아야 하나?
요리를 잘 하지도 못하니 집에서 식사 대접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필리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교수님
남편의 동창이다.
부모님을 잠시 뵈러 한국에 들어왔다가 코로나로
발이 묶였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도 기쁘지만 남편은 기억에 남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한다.
서울서부터 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왔다.
손님은 어디로 자꾸 끌고 가느냐고 묻는다.
남편은 묻지 말란다.
물으면 다친단다.
물론 장난치는 말투 속에서 서로 웃고 있음을 느낀다.
차는 가평을 지나서 점점 산속으로 올라간다.
얼마나 산을 차로 올라왔을까?
문배마을은 옛날에 화전민들이 살았던 마을이란다.
우리를 경계하는 개가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멍멍멍 "조용히 해라"
겨울에 군불을 방에 때 시나?
웬 장작은 이리도 많은지~
식당 입구에서 바라보니 들어온 길이 시원하게 뚫려있다.
해발 200m는 족히 올라온 것 같다.
식당 마당에서 마을이 보인다.
드디어 도착한 김가네 식당
아주 오래된 단골집이다.
메뉴는 간단하다.
곤드레 산채비빔밥, 모 두부, 도토리묵, 감자 전,
닭볶음탕 ~~
모 두부는 100% 국산콩으로 부부가 직접 만든다.
감자 전도 바로 그 자리에서 갈아서 부쳐주신다.
감자 전의 쫀득한 식감을 잊을 수 없다.
마당에는 붉은 목단이 활짝 피었다.
꽃송이가 큼직한 게 너무 탐스럽다.
붉은 꽃이 마중 나와서 맛있게
식사는 잘 하셨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래 참 맛있게 잘 먹었다.
목단아! 내년 봄에 또 만나자.
손님은 이야기한다. 필리핀으로 돌아가도
오늘 점심 식사 대접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거창한 음식을 대접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진한 감동을 받으신 것 같다.
산꼭대기 분지에 마을이 있고, 식당이 있으니 어찌 기억에서 지워질까?
오늘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준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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