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 영 숙
해바라기의 오해 / 마 경 덕
가을이 해체되었다 이 죽음은 합법적이다
내장이 드러난 콩밭과 목이 잘린 수수밭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 곁에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밭
꽃이어서, 해바라기는 다행이었다
그림 : 박 영 숙
이 작은 오해가 해바라기를 무럭무럭 키웠다
폭염을 삼킨 머리는 칼을 쓴 듯 무거워도,
함께 사진을 찍으며
사람보다 더 해맑게 웃었다 사방을 물들인 노랑노랑노랑
노랑은 유쾌하고 명랑한 색
그림 : 박 영 숙
까맣게 영근 늦가을 볕이 누런 해바라기 밭을 들락거리고
기름을 줄줄 흘리는 해바라기들
그림 : 박 영 숙
고개 너머 주인이
목을 칠 날짜를 받아놓고 숫돌에 낯을 가는 동안에도
발목에 차꼬를 매달고 익어가는
죄목도 모르는 수인들
찬 바람이 불면 참수당할 제 머리를 단단히 붙잡고
서 있다
마경덕 /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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