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해장국 끓이는 여자와 꽃

푸른 언덕 2021. 1. 17. 21:27

 

그림 : 김 정 수

 

해장국 끓이는 여자와 꽃 / 이 효

사람들이 잠든 새벽

해장국 끓이는 여자는

가슴에 꽃씨를 품는다

내일은 해장국집 간판

내리는 날

애꿎은 해장국만 휘휘 젓는다

옆집 가계도, 앞집 가계도

세상 사람들이 문 앞에

세워놓은 눈사람처럼 쓰러진다

희망이 다 사라진 걸까

화병 안에 환하게 웃고 있는

꽃송이 하나 뽑아

가계 앞 눈사람 가슴에 달아준다

무너지지 마

오늘 하루만 더 버텨보자

폭풍 속에 나는 새도 있잖아

가마솥에 꽃이 익는다

여자는 마지막 희망을 뚝배기에 담는다

눈물 한 방울 고명으로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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