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 정 수
해장국 끓이는 여자와 꽃 / 이 효
사람들이 잠든 새벽
해장국 끓이는 여자는
가슴에 꽃씨를 품는다
내일은 해장국집 간판
내리는 날
애꿎은 해장국만 휘휘 젓는다
옆집 가계도, 앞집 가계도
세상 사람들이 문 앞에
세워놓은 눈사람처럼 쓰러진다
희망이 다 사라진 걸까
화병 안에 환하게 웃고 있는
꽃송이 하나 뽑아
가계 앞 눈사람 가슴에 달아준다
무너지지 마
오늘 하루만 더 버텨보자
폭풍 속에 나는 새도 있잖아
가마솥에 꽃이 익는다
여자는 마지막 희망을 뚝배기에 담는다
눈물 한 방울 고명으로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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