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이 시각 주요 뉴스 (신춘 문예)

푸른 언덕 2021. 1. 4. 18:17

Jakob Owens / Unsplash

 

 

이 시각 주요 뉴스 / 최인호 (2019,동아일보)

매미가 날개를 말리고 있었다

거리에 팔짱 낀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어제는 비가 왔었다

부동산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정부는 수목장을 권장했다

A는 올해로 칠 년째 울고 있다 그동안 강아지가 실종되었고 A는 우느라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A의 창밖으로 비가 내렸다 빗소리가 거세져 A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멜로'라는 말은 '적당한 온도의 눈물'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뻥입니다 애써 줄여놓은 바지통을

다시 뜯어내야 했습니다

영화가 몇 편 개봉했습니다 네, 멜로입니다

짓궂어졌습니다

우리는 우울한 날 요가를 하는 사람들

티비 앞에서 내가 어떤 자세인지도 잊어버리는

그저 그런 사람들

화성으로 탐사선이 날아갔다

지구에 남은 건 이제 부채(負債)뿐입니다

노인들이 많아지고 한때는 노인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노인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탐사선은 한동안 쉬지 않고 날아갈 것이다

공원 산책로에는 아직 덜 죽은 매미들이 날개를

비벼 소리를 냈다 그걸 처음 들은 한 호모 사피엔스는

매미가'운다'라고 했다

정부는 여전히 수목장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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