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연어 / 정 호 승

푸른 언덕 2020. 12. 1. 18:35

 

 

 

연어 / 정 호 승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게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울지 마라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오늘 내가 꾼 꿈은 네가 꾼 꿈의 그림자일 뿐

너를 사랑하고 죽으러 가는 한낮

숨은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총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제 곧 마른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들이 오랜만에 나를 포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밤을 밝히리라

 

 

 

 

*정호승 시인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남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첨성대> 당선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위령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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