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변 (알프레드 시슬레)
강물에 대한 예의 / 나 호 열
아무도 저 문장을 바꾸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로 끝나는 이야기인지
옮겨 적을 수도 없는 비의를 굳이 알아서 무엇하리
한 어둠이 다른 어둠에 손을 얹듯이
어느 쪽을 열어도 깊이 묻혀버리는
이 미끌거리는 영혼을 위하여 다만 신발을 벗을 뿐
추억을 버릴 때도
그리움을 씻어낼 때도 여기 서 있었으나
한번도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구나
팽팽하게 잡아당긴 물살이 잠시 풀릴 때
언뜻언뜻 비치는 눈물이 고요하다
강물에 돌을 던지지 말 것
그 속의 어느 영혼이 아파할지 모르므로
성급하게 건너가려고 발을 담그지 말 것
우리는 이미 흘러가기 위하여 태어난 것이 아니었던가
완성되는 순간 허물어져 버리는
완벽한 죽음이 강물로 현현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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