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소나무는 푸르다

푸른 언덕 2020. 10. 23. 17:37

소나무는 푸르다 / 고재종

 

소나무 한 그루 진즉에 있었으니

소나무는 거기 그대로

뜨락에 푸르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노래해도 소나무는 거기 그대로다

소나무는 곡선이 생명이 매

소나무는 몸을 한 번 더 뒤틀었으면,

바래어도 소나무는 거기 푸르다

바람을 빗질하는가, 가만한 소나무

숫눈을 뒤집어쓰는가, 가만한 소나무

홀로 허공 청람을 머리에 인 소나무

거기 머무는 소이연이랄 것도 없이

소나무는 내가 자꾸 작란하여도

소나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없이

소나무는 진즉에

소나무는 지금 거기 그대로 푸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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