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집에 대하여

푸른 언덕 2020. 6. 23. 16:07

집에 대하여 / 안도현

손에 흙 하나 묻히지 않고 집을 갖는다는 것은
저 제비들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볏짚 한 오라기 엮어 앉지 않고
진흙으로 한 톨 물어다 바르지 않고
너나없이 창문 큰 집을 원하는 것은
세상에 그만큼 훔치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인가
허구한 날 공중에 데서 살아가다 보면
내 손으로 땅 위에 집을 한 채
초가삼간이라도 지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혹시 바람에 찢기고 무너진다 해도
훗날 내 자식새끼들이 자라면 꽁지깃을 펴고
실폐하지 않는 집을 다시 지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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