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삼릉 숲

푸른 언덕 2020. 6. 5. 14:34

삼릉숲 / 나 호 열

소나무 숲을 지났을 뿐이다
화살촉 같은 아침 햇살이
조금씩 끝이 둥글어지면서
안개를 톡톡 칠 때마다
아기 얼굴 같은 물방울이
잠깐 꽃처럼 피었다 지는
그 사이를 천 년 동안 걸었던 것이다
너무 가까이는 말고
숨결 들릴 듯 말 듯한 어깨 틈만큼
그리워했던 것
순간에도 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정지의 춤사위
군무는 아름다운 음악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바람을 가득 안거나 구름을 머리에 인
분명 지금도 살아 꿈틀거리는 그들이
내게는 또렷이 한 사람으로 보인다
구부러지고 뒤틀리면서 하늘을 향해 오르는
불타오르는 기도의 뒷모습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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