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없다 / 정호승
나무에게는 무덤이 없다
바람에게는 무덤이 없다
깨꽃이 지고 메밀꽃이 져도
꽃들에게는 무덤이 없다
나무에게는 추억이 없다
추억으로 걸어가던 들판이 없다
첫눈 오던 날 첫키스를 나누던
그 집 앞 골목길도 사라지고 없다
추억이 없으면 무덤도 없다
추억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꽃샘 바람이 부는 이 봄날에
꽃으로 피어나던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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