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추억이 없다

푸른 언덕 2020. 5. 5. 12:44

 

추억이 없다 / 정호승

 

나무에게는 무덤이 없다

바람에게는 무덤이 없다

깨꽃이 지고 메밀꽃이 져도

꽃들에게는 무덤이 없다

 

나무에게는 추억이 없다

추억으로 걸어가던 들판이 없다

첫눈 오던 날 첫키스를 나누던

그 집 앞 골목길도 사라지고 없다

 

추억이 없으면 무덤도 없다

추억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꽃샘 바람이 부는 이 봄날에

꽃으로 피어나던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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