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산산조각

푸른 언덕 2020. 4. 14. 21:43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끓고

서랍속에 넣어 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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