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이상난동

푸른 언덕 2020. 4. 13. 14:33

 

이상난동 / 천양희

 

때도 아닌데

개나리가 피었다

철없이 웬 개, 나리가

꽃 한 번 못 피운 무화나무 우두커니 서 있어

마음이 꽃잎 몇, 피워올린다 나를 웃게 하는 건

피어나는 꽃잎들 움트는 초록들 세상에는 피우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불이나 바람 구름까지도 때도 아닌

때에 피어버린다 피고 싶은 몸에 바람이 차오른다

피고 또 피워도 바람뿐이다

 

꽃 한번 못 피운 무화나무 우두커니 서 있어

철없이 핀 꽃 들여다본다

한 꽃 모두 여러 송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지 마라

우리가 언제

꽃처럼 피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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