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감악산 편지

푸른 언덕 2020. 3. 14. 17:42




감악산 편지

                               이     효

눈이 내린다.

겨우내 기다렸던 버선발 같은 눈

하얀 겉옷 벗어 산골짝에 뿌리고

살포시 속옷 벗어 산사에 뿌린다

어서 가야지

어서 가야지

누가 붙잡지도 않는데

뒤돌아 보는 하얀 눈

땅속에는 빛이 없어

어쩌나?

마지막 휘몰아치는 눈발

세상살이 끝도 아닌데

잠시 쉬어가는 것인데

무슨 미련 그리 많아

내 머리에도

감악산 정자 위에도

출렁다리 위에도

긴 편지를 쓰는구나

짧은 햇살에 미처 쓰지 못한 편지

그리움 담기도 전에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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