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 편지
이 효
눈이 내린다.
겨우내 기다렸던 버선발 같은 눈
하얀 겉옷 벗어 산골짝에 뿌리고
살포시 속옷 벗어 산사에 뿌린다
어서 가야지
어서 가야지
누가 붙잡지도 않는데
뒤돌아 보는 하얀 눈
땅속에는 빛이 없어
어쩌나?
마지막 휘몰아치는 눈발
세상살이 끝도 아닌데
잠시 쉬어가는 것인데
무슨 미련 그리 많아
내 머리에도
감악산 정자 위에도
출렁다리 위에도
긴 편지를 쓰는구나
짧은 햇살에 미처 쓰지 못한 편지
그리움 담기도 전에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