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츰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고원
서리 빨 칼날 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는 시를 왜 썼는가?
열여섯 차례나 피검되고 중국과 만주를 오가는 사이에
과연 무엇 때문에 이 시를 썼겠는가?
해답은 한 가지다
자신에 대한 존재 확인이자 존재 증명이다
믿고 의지할 것 없는 백척 간두의 현실에서 육사에게 시는
유일하게 자신이 살아있는 증거이고, 확인할 수 있는
존재 증명의 밥법이자 자아현실의 방법이었다.
까뮈 : 쓴다는 것 그것은 부조리의 삶에 있어서
존재증명을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라고
*왜 시를 쓰고 읽는가? 김재홍 (문학 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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