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레드 와인 / 고미경​​

푸른 언덕 2023. 4. 20. 21:21

그림 / 기용

레드 와인 / 고미경

심장이 기울어지는 날들이에요

혼자 술 붓는 밤이면

밀바의 목소리에서

서랍 속의 바다를 꺼내 보다가

먼 지중해까지 흘러가요

올리브나무 우거진 숲

새가 혼자 울고 있어요

나목의 꼭짓점이 날카로워져요

추운 별들이

숲으로 흘러들어가고

새의 날개가 곱아들면

밀바의 노래는 저음으로 타올라요

올리브 숲으로 날아가

밤을 견디는 새

기울어진 바다가

흐느끼다가

붉게 출렁거릴 때

새는 백척간두에서 소스라치듯 날아올라요

 

고미경 시집 / 칸트의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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