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기용
레드 와인 / 고미경
심장이 기울어지는 날들이에요
혼자 술 붓는 밤이면
밀바의 목소리에서
서랍 속의 바다를 꺼내 보다가
먼 지중해까지 흘러가요
올리브나무 우거진 숲
새가 혼자 울고 있어요
나목의 꼭짓점이 날카로워져요
추운 별들이
숲으로 흘러들어가고
새의 날개가 곱아들면
밀바의 노래는 저음으로 타올라요
올리브 숲으로 날아가
밤을 견디는 새
기울어진 바다가
흐느끼다가
붉게 출렁거릴 때
새는 백척간두에서 소스라치듯 날아올라요
고미경 시집 / 칸트의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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