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칸트의 우산 / 고미경

푸른 언덕 2023. 4. 18. 19:39

그림 / 김정수

 

칸트의 우산 / 고미경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비가 내려요 칸트는 우산을 가지고 다닌 적이 없었죠 한 번도 비의 시간을 쓴 적이 없었으니까요 햇빛이 늙어가는 시간에 산책을 하면 달이 피어나는 시간 쪽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우산을 건네주었죠 하지만 산정의 교회당에서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도 우산을 편 적이 없었어요

칸트의 시간 속에는

우산이 없었기 때문이죠 길에 버려진 상자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는데 그 안의 시간과 밖의 시간 사이에만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칸트는 종소리를 듣지 못했죠 비는 과거의 발자국만 밟고 다니니까요

칸트는 언제쯤 우산을 펼 수 있을까요

 

고미경 시집 / 칸트의 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