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신종섭
봉합된 세상 / 김명희
계곡 속,
뜨겁게 달아오른 빨간 체온들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수면 아래서 물 밖 기억을 들출 때에는
봉합된 호흡의 분량이 필요하다
미량의 호흡 속에서 되살아나는 지난날들의 청춘과 실연들
규명되지 않은 불규칙한 혈압이 적나라하게 재생된다
폐 속에 갇힌 세상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에 뜯기어 내 몸이 질식되는 동안
바깥 시간들은 어떤 인생들을 호흡하고 있을까
다시 물 밖으로 고개를 들자
게으르고 물컹한 공기 속에선
구름을 놓친 소나기 하나, 세속을 빠르게 지나치고 있었고
모든 휴식은 구리빛이었다
*시작 메모 : 이 시는 계곡에서 미역을 감는 순간을 표현했다
김명희 시집 / 화석이 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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