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별무리 / 이재무

푸른 언덕 2023. 1. 30. 18:03

그림 / 성기혁

별무리 / 이재무

 

 

별을 보고 혼자 말하네

짐을 벗으려 해도 그리움이 자꾸 실린다고

 

은하의 강가에 주저앉은 별무리

어린 우리를 두고 가신 어머니별이며

젖 먹으러 따라간 내 동생별이고,

못다 살고 떠난 누님별과

전쟁에 산화한 형님별이리

 

나를 키우느라

애간장 다 녹인 아버지별 옆에

반짝이는 저 별은 선생님별이다

 

꿈을 키워주신 선생님 팔베개

처음으로 느껴본 사랑의 체온

아직도 귀에 대고 속삭이신다

 

사랑하는 사람아 별이 되어라

늙었다 하지 말고 소년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렴

정이 그립거든 내 품으로 달려오너라

선생님별은 아직도 밤새워 반짝이신다

 

비 오는 밤에도 훤히 보이는

저 허공의 별무리들.

 

 

* 이재무시집 / 바람의 언어 <도서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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