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나의 하나님 / 김춘수

푸른 언덕 2023. 1. 31. 18:37

그림 / 신종섭

나의 하나님 / 김춘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순결이다.

삼월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둣빛 바람이다.

 

 

 

 

*김춘수 시선 <이재복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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