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정숙
나뭇가지 사이로 신음하던 / 이성복
검은 바위들 끼고 흐르는 물 위로
겹친 나무 그림자 어둡고 거기,
나뭇가지 사이로 신음하던 해가
끙 하며 선지 덩어리 쏟아 붓는다
거기, 차갑고 맑은 물에 눈 어두운
쏘가리가 살아, 천렵 나온 사내들
통발을 들이민다 거기, 눈 어두워
비늘과 지느러미로 물길 헤아리는
쏘가리, 쏘가리만 아는 물속 지도
살 찢는 바람에도 웃통 헐헐 벗고
풍덩 찬물 속에 뛰어들어야 보이는
지도, 통발 아랑곳 않고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 근육에 힘이 붙는다
이성복 시집 / 아, 입이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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