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물 위에 쓴 시 / 정호승

푸른 언덕 2023. 1. 27. 15:37

그림 / 황 순 규

 

물 위에 쓴 시 / 정호승

 

내 천 개의 손 중 단 하나의 손만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내 천 개의 눈 중 단 하나의 눈만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

물이 다하고 산이 다하여 길이 없는 밤은 너무 깊어

달빛이 시퍼렇게 칼을 갈아 가지고 달려와 날카롭게 내 심장을 찔러

이제는 내 천 개의 손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내 천개의 눈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